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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냄새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흔적

by siju 2025. 5. 19.

인간은 모든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그리고 냄새를 맡죠. 오늘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우주의 냄새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흔적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주의 냄새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흔적
우주의 냄새에 대해, 국제우주정거장에서의 흔적

 

그런데 과연 지구를 떠난 진공의 공간, 우주에도 ‘냄새’가 존재할까요? 진공 상태에서는 냄새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분자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그러나 우주를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은 하나같이 우주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우주의 향기란 어떤 것이며,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주는 정말 냄새가 나는 공간일까

일반적으로 우주는 진공 상태이므로 공기 분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냄새 분자 자체가 퍼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구에서처럼 직접적으로 냄새를 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주비행사들은 EVA(우주 유영)를 마치고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로 돌아올 때마다 ‘특이한 냄새’를 경험했다고 보고합니다. 이는 주로 우주복, 헬멧, 장갑, 또는 장비 도킹 부위에서 풍겨오는 향기로, 우주 공간에 직접 노출되었던 표면이 우주정거장의 공기와 만나면서 특정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결과로 추정됩니다.

 

우주비행사 돈 페티트(Don Pettit)는 그 냄새를 "가열된 금속에 고기를 구운 듯한 향기"로 표현했으며, 크리스 해드필드(Chris Hadfield)는 "전기 아크 용접 직후의 공기", "타버린 스테이크",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 냄새" 같은 구체적인 묘사를 남겼습니다. 이와 같은 설명은 대체로 고온에서 발생하는 탄화 반응 혹은 금속성 냄새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냄새가 단순한 감각적 경험을 넘어, 우주의 물리적 조건과 화학 반응이 결합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은 ‘산화’와 ‘탄화’입니다. 우주복이나 장비가 우주의 고에너지 방사선, 태양풍, 미세 운석 등에 노출된 뒤, ISS 내부의 산소와 접촉하면서 일종의 산화 혹은 가벼운 연소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의 부산물은 고체 표면에서 기화되어 냄새 입자로 존재하게 되며, 그것이 인간의 후각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즉, 우주의 향기는 ‘우주 그 자체의 냄새’라기보다는, 우주의 극한 환경과 장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간접적인 흔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이 밝힌 ‘우주의 향기’의 정체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냄새의 정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요? 천문학과 화학이 만나는 이 흥미로운 교차점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입니다. 이들은 별이 죽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우주 공간에 흩뿌려지는 유기 분자로, 높은 온도에서 생성되며 탄화된 고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PAHs는 지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예컨대 숯불에 고기를 구울 때, 디젤차 매연, 석탄이 타는 연기 등에서 발견됩니다. 결국 우주비행사들이 언급한 그 ‘구운 고기’, ‘그을음’, ‘금속 타는 냄새’는 PAHs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면서 실제로 PAHs를 비롯한 다양한 유기 분자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 분자 구조 중 일부는 아미노산 같은 생명체 구성 요소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우주의 향기를 넘어서, 생명의 기원이 우주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까지도 암시합니다. ‘우주의 냄새’는 그저 감각적 인상을 넘어, 우주 화학과 생명과학에 걸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셈이죠.

 

또한 우주비행사들의 보고는 과학적 실험으로 이어졌습니다. NASA는 우주 환경을 재현한 실험실에서 금속 표면을 고에너지 상태로 만든 뒤 산소와 반응시켜 유사한 냄새를 복원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NASA와 민간 업체는 ‘우주의 향기’를 실제로 향수 형태로 만들었고, 2020년에는 “Eau de Space”라는 이름의 향수가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공개되어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향수는 우주비행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 고기’, ‘그을린 금속’, ‘전기 스파크’ 등의 향조를 조합한 것으로, 후각을 통해 우주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이 된 셈입니다.

 

후각과 우주: 감각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확장

‘우주의 냄새’에 대한 탐구는 결국 인간의 감각이 과학을 이해하는 또 다른 창이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지금까지 우주는 주로 눈으로 보는 공간이었습니다. 광학망원경, 전파망원경, 적외선 카메라 등 다양한 도구들이 우주의 빛을 해석하고 분석해왔죠. 그러나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우주를 해석한다는 접근은, 과학과 인간성의 경계가 융합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적으로도 후각은 감정과 기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어떤 냄새는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감정을 재현하기도 하죠. 우주에서 맡게 되는 독특한 향기는 우주비행사들에게 단순한 관찰 이상의 경험으로 남습니다. 고립된 환경, 무중력, 낯선 시간 감각 속에서 ‘후각’은 오히려 감각의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장기 체류 시 우울감, 외로움, 감각 둔화를 겪는 비행사들에게 ‘익숙하거나 자극적인 향기’는 정신적 안정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대의 우주정거장 설계에는 점차 향기 요소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향기 테라피, 공기 정화 시스템, 인공 향료 등을 통해 후각 자극이 포함된 생활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NASA는 장기 화성 탐사에 대비해 ‘냄새 환경’의 영향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으며, 달 기지나 우주 호텔 등 민간 우주 탐사 시대에도 향기는 새로운 기술적, 감성적 요소로 부각될 것입니다.

 

마치며

우주의 냄새는 단지 하나의 감각 경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낯선 우주 공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친숙하게 만들어 가는 상징적 과정입니다. 비록 진공의 공간에서 직접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그 흔적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인류가 우주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달에 집을 짓고 화성에 도시를 세우는 날이 오면, “오늘 하늘 위는 무슨 향이 나?”라고 말하는 것이 SF가 아닌 일상이 될지도 모릅니다.